우리는 늘 바쁘게 살아간다. 그리고 지쳤다고 말한다. 쉴 시간이 없다고 하소연한다. 하지만 정작 시간이 생기면 제대로 쉬지 못한다. 무엇을 하며 쉬어야 하는지조차 모르는 경우가 많다.    어쩌면 우리는 열심히 일하는 법은 배웠지만, 잘 쉬는 법은 배우지 못한 채 살아온 것인지도 모른다.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교수는 좋은 휴식의 조건으로 “매일, 짧게, 혼자”를 제시한다.    많은 사람들이 휴식을 특별한 이벤트로 생각한다. 긴 휴가를 가야 하고, 멀리 여행을 떠나야 한다고 여긴다. 그러나 피로는 한꺼번에 해소되지 않는다. 조금씩 쌓인 피로는 조금씩 풀어주는 것이 더 효과적이다. 또한 휴식은 반드시 누군가와 함께해야 하는 것도 아니다. 사람들과 어울리는 일은 즐겁지만 관계를 유지하는 데에도 적지 않은 에너지가 필요하다. 때로는 혼자 있는 시간이 관계의 피로를 씻어내는 시간이 된다. 고독은 외로움이 아니라 자신을 회복하는 시간이다.나 역시 특별한 휴식법이 있는 것은 아니다. 집 근처 공원을 걷거나 조용한 길을 산책한다. 혼자 노래를 흥얼거리며 걷다 보면 복잡했던 생각들이 정리되고 마음이 가벼워진다. 휴식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라 일상 속에 있다.아이러니하게도 오늘날 사람들은 과거 어느 시대보다 많은 여가 시간을 갖고 있다. 문제는 시간이 부족한 것이 아니라 여가를 누리는 능력이 부족하다는 점이다.    쉬는 시간에도 스마트폰을 내려놓지 못하고, 여행을 가서도 바쁘게 움직인다. 휴식을 위해 떠난 여행이 오히려 피로를 안겨주는 경우도 적지 않다. 진정한 휴식은 외부 환경보다 내면의 고요에서 시작된다.    잠시 멈춰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편안한 시간이 필요하다. 삶은 성취만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라 충분히 누리는 데에도 의미가 있다.최근 정신과 의사 문요한의 『오티움』을 읽으며 많은 생각을 했다. 오티움(Otium)은 라틴어로 ‘능동적 여가’를 뜻한다. 단순히 시간을 보내는 것이 아니라 영혼에 기쁨을 주는 ‘어른의 놀이’다.우리는 흔히 여가 시간이 많아지면 행복해질 것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연구 결과는 다르다. 일정 수준까지는 여가가 행복을 높여주지만, 그 이상이 되면 오히려 삶의 목표 의식과 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결국 중요한 것은 여가의 양이 아니라 질이다. 정신과 의사 스튜어트 브라운은 “놀이는 인생을 구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의 연구에 따르면 어린 시절 충분히 놀지 못한 사람은 성인이 되어 우울감이나 일중독, 경직된 사고에 빠질 가능성이 높다고 한다.놀이의 가장 큰 특징은 목적이 없다는 점이다. 결과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그 과정 자체가 즐겁기 때문에 하는 것이다. 우리는 놀이를 통해 가장 자유롭고 창조적인 상태가 된다.하지만 어른이 되면서 놀이를 잊어버린다. 무엇을 하든 “도움이 되나?”, “생산적인가?”, “돈이 되나?”를 먼저 따진다. 효율성과 성과만을 추구하는 삶은 결국 자신을 지치게 만든다.놀이가 사라진 사회에서 사람들은 여가의 주인이 되지 못하고 소비자가 된다. 쇼핑과 영상, 음식과 게임에 시간을 맡기지만 능동적인 즐거움은 줄어든다. 물질은 풍요로워졌지만 마음은 점점 메말라 가는 이유다.행복은 좋은 경험에서 비롯된다. 온전히 몰입하고 즐거움을 느끼는 시간이 많을수록 행복의 기억도 많아진다. 결국 행복한 사람은 좋은 경험을 많이 가진 사람이다.그래서 우리는 스스로에게 물어야 한다. “나를 진정으로 기쁘게 하는 놀이는 무엇인가?” 소크라테스의 “너 자신을 알라”는 말도 어쩌면 자신의 영혼이 기뻐하는 일을 찾으라는 뜻인지 모른다.아메리카 인디언들은 말을 달리다가 가끔 멈춘다고 한다. 영혼이 따라올 시간을 주기 위해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영혼을 앞세우고 살아가는 삶일 것이다.영화 「리스본 야간열차」의 한 대사가 오래 남는다. “자기 영혼의 떨림을 따르지 않는 사람은 불행할 수밖에 없다.” 오늘 나는 다시 스스로에게 묻는다. “나를 기쁘게 하는 놀이는 무엇인가?”잘 쉬고 잘 놀 줄 아는 사람은 천천히 늙는다. 휴식과 놀이는 사치가 아니라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힘이다. 이제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더 많은 시간이 아니라, 영혼이 기뻐하는 일을 발견하고 누릴 수 있는 지혜일 것이다.
최종편집: 2026-06-15 20:4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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