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그친 뒤 피어난 꽃이 이내 바람에 흩날리듯, 인간 세상의 영화 또한 오래 머물지 않는다. 조선 중기 문인 송한필의 시 「우음(偶吟)」은 이 자연의 이치를 통해 삶과 권력의 본질을 통찰한다.어젯밤 비에 피어난 꽃이 오늘 아침 바람에 지고, 한 봄의 찬란함이 비바람 속에서 스쳐 지나간다는 그의 시구는 단순한 풍경의 묘사를 넘어,    인간사의 무상함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곧 권세와 영광이 결코 영원할 수 없다는 진리를 함축하고 있다.이와 맞닿아 있는 경구가 있다. “꽃은 열흘 붉은 꽃이 없고, 권세는 십 년을 넘기기 어렵다.”이른바 ‘화무십일홍(花無十日紅)’이다. 이 말은 남송의 시인 양만리의 시에서 비롯되어, 세상의 모든 영화와 권력이 유한함을 일깨우는 경계의 언어로 오랜 세월 전해져 왔다.그러나 이 오래된 경고는 결코 과거에만 머무는 교훈이 아니다. 오늘의 정치 현실을 비추어보면, ‘화무십일홍’의 의미는 오히려 더욱 절실하게 다가온다.    권력은 끊임없이 교체되고, 정권은 흥망을 거듭하지만, 그 과정에서 반복되는 것은 갈등과 분열, 그리고 소모적 대립이다.조선 선조 시기의 기축옥사는 당쟁이 얼마나 많은 인재를 희생시켰는지를 보여주는 대표적 사례다.    학문과 덕망을 갖춘 인물들조차 권력의 소용돌이 속에서 무너져야 했던 현실은, 정치가 본연의 길을 잃을 때 어떤 비극이 초래되는지를 분명히 증명한다.오늘날의 정치 역시 그 본질에서 크게 다르지 않다. 진영 간 대립은 심화되고, 공공의 이익보다 사적 이해가 앞서는 장면이 반복되고 있다.    권력은 공공을 위한 수단이어야 함에도, 그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정치의 방향은 흔들릴 수밖에 없다.정치의 출발점은 어디에 있어야 하는가. 동양의 정치철학은 오래전부터 그 답을 제시해 왔다. 바로 수기(修己)이다.    자신을 먼저 닦고, 그 바탕 위에서 타인을 다스린다는 ‘수기치인(修己治人)’의 원리는 정치의 가장 기본적인 윤리이자 기준이다.덕치(德治)는 결코 이상적 구호에 머무는 개념이 아니다. 그것은 정치가 지향해야 할 가장 현실적인 원칙이며, 공동체를 안정시키는 근간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늘의 정치 현실은 스스로를 단련하기보다 권력의 획득과 유지에 집중하는 경향을 보이고 있다.이러한 흐름 속에서 정치에 대한 국민의 신뢰는 점차 약화되고 있으며, 공공의 가치 또한 흔들리고 있다. 권력은 잠시 머물 수는 있지만, 신뢰를 잃은 권력은 오래 지속될 수 없다.고대의 성군으로 일컬어지는 요와 순의 시대는 흔히 이상향으로 이야기되지만, 그 본질은 단순하다. 권력이 아니라 덕을 중심에 두었기에 가능한 정치였다.    이는 특정 시대의 신화가 아니라, 오늘날에도 유효한 정치의 원형이다. 권력은 결국 사라진다. 그 자리는 다시 다른 이가 채우게 된다.    그러나 덕은 사라지지 않는다. 덕은 사람의 마음에 남고, 공동체의 기억 속에 축적되며, 시대를 넘어 전승된다.우리가 역사에서 배워야 할 것은 바로 이 지점이다. 권력의 크기가 아니라, 그 권력이 어떤 가치를 남겼는가가 평가의 기준이 되어야 한다.절기상 우수를 지나 봄기운이 퍼져가는 이 시절, 비바람 속에서 피고 지는 꽃을 바라보며 우리는 다시금 묻게 된다. 오늘의 정치는 과연 무엇을 남기고 있는가.‘화무십일홍’이라는 경구는 단순한 수사가 아니다. 그것은 권력의 유한함을 일깨우는 경고이자, 정치가 지켜야 할 본령을 상기시키는 준엄한 메시지다.이제 정치는 선택해야 한다. 권력의 유지에 매달릴 것인가, 아니면 덕을 바탕으로 신뢰를 회복할 것인가.    대립과 분열의 길을 계속 걸을 것인가, 아니면 통합과 책임의 정치로 나아갈 것인가. 그 선택의 결과는 결국 국민이 판단하고, 역사가 기록할 것이다.
최종편집: 2026-04-20 20:21: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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