積善餘慶(적선여경), “선을 쌓으면 그 남은 복이 후대에까지 이어진다”는 이 네 글자는 단순한 성어가 아니라, 한 가문의 기풍을 세우는 삶의 원칙이다.
동아시아 유교 전통 속에서 오랫동안 가훈과 좌우명으로 전해져 온 이 말은, 개인의 선행이 당대에서 그치지 않고 세대를 넘어 경사로 이어진다는 인과의 질서를 담고 있다.
積(적)은 하루아침에 이루어지는 행위가 아니다. 작은 실천을 꾸준히 이어가는 축적의 시간이다.
善(선)은 남에게 보이기 위한 선심이 아니라, 도리와 원칙을 지키는 올곧은 선택이다.
餘(여)는 그 결실이 당대에 모두 소진되지 않고 남는다는 뜻이며,
慶(경)은 물질적 이익을 넘어 평안과 명예, 공동체의 화합이라는 길한 결과를 의미한다.이 네 글자를 상촌공 김자수 선생의 삶에 비추어 보면, 그 의미는 더욱 또렷해진다. 고려 말 격변의 시대 속에서 상촌공은 권세나 안위보다 도리를 택했다.
시대에 편승하면 편안한 길이 열려 있었으나, 그는 끝내 옳다고 믿는 길을 선택하였다. 그 선택은 당대에는 고단했을지 모르나,
바로 그 지점에서 상촌공의 삶은 ‘적선’의 본령을 보여준다. 상촌공의 선은 화려한 업적이나 외형적 성공이 아니었다.
그것은 절의(節義)였고, 공공을 향한 책임이었으며, 후손에게 부끄럽지 않으려는 침묵의 실천이었다.
특히 자신의 공을 기리는 비를 세우지 말라는 뜻을 남겼다는 일화는, 이름보다 뜻을 남기려 한 그의 정신을 상징적으로 드러낸다.
이는 공덕을 과시하지 않는 겸허함이자, 선행이 스스로를 증명한다는 믿음이었다.
그가 쌓은 덕은 당대에서 끝나지 않았다. 상촌공파가 오랜 세월 화합과 절의를 중시해 온 기풍, 문중의 명예를 지키기 위한 자각,
후손 교육과 장학 사업으로 이어지는 실천 역시 그 ‘餘’, 곧 남은 복의 연장선이라 할 수 있다. 한 인물의 바른 선택은 가문의 정신이 되고,
그 정신은 다시 공동체의 품격으로 확장된다. 이것이 바로 적선여경(積善餘慶)의 생명력이다.오늘의 사회는 속도와 성과를 강조한다. 눈에 보이는 결과가 빠르게 드러나지 않으면 가치가 없다고 여기는 경향도 적지 않다.
그러나 상촌공의 삶과 적선여경의 가르침은 묻는다. “지금의 선택이 후대에 어떤 ‘餘’를 남길 것인가.” 우리의 말과 행동,
공동체를 향한 태도 하나하나가 훗날 자손에게 남겨질 자산이 될 수 있음을 일깨운다. 적선(積善)은 거창한 일이 아니다.
각자의 자리에서 원칙을 지키고, 공동체를 먼저 생각하며, 도리를 외면하지 않는 일상의 선택이다. 그러한 선택이 쌓여 가문의 품격을 세우고,
사회의 신뢰를 만든다. 상촌공이 남긴 유산은 바로 그 축적의 힘이었다. 積善餘慶(적선여경) 이 네 글자는 상촌공의 삶을 요약하는 문장이자, 오늘의 우리에게 건네는 당부이다.
선을 쌓는 길이 곧 가문을 밝히는 길이며, 그 여분의 덕이 후대를 지탱하는 힘이 된다. 상촌공 정신은 과거의 기록이 아니라, 오늘 우리가 실천해야 할 현재의 기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