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아침, 문득 ‘포란(抱卵)’이라는 단어가 마음속에 오래 머물렀다. 사전적 의미는 “알을 품어 따뜻하게 하여 부화시키는 일.”    새가 알을 낳은 뒤, 부화할 때까지 자신의 체온으로 알을 보호하는 행위를 가리킨다. 그러나 포란은 생물학적 행동을 넘어, 생명을 이어내는 가장 원초적이고 아름다운 행위다.생각해보면 사람 사이의 ‘포옹(抱擁)’ 역시 일종의 포란일지 모른다. 포옹의 또 다른 의미는 “타인을 아량으로 품어주는 일”이다.    풍수에서도 ‘금계포란지형(金鷄抱卵之形)’이라 하여, 알을 품은 새의 둥지처럼 생긴 지형을 대가 끊이지 않는 길지로 본다. 결국 품는 마음이 생명을 이어주고 관계를 지속하게 한다.어느 시인은 포란을 “누군가에게 관심을 갖는 것, 매일 안부 전화를 건네는 일, 사소하지만 가장 중요한 마음의 실천”이라고 말했다.    저녁노을 속 새 떼의 향방을 궁금해하고, 큰비가 쏟아지면 “저 새들은 어디서 비를 피할까?”를 생각하며, 새로 지어진 거미집의 안녕을 걱정하는 마음.    그런 따뜻한 시선이 떠오르며 서정홍 시인의 시 한 구절이 포개어졌다.이랑을 만들고 흙을 만지며 씨를 뿌릴 때 나는 저절로 착해진다최근 읽은 정희원 교수의 《당신도 느리게 나이 들 수 있습니다》는 이 시의 정서와 닮아 있다. 그는 ‘성공적인 나이 듦’을 위해 이동성(Mobility), 마음 건강(Mentation), 의료적 이슈(Medical issues),    그리고 나에게 중요한 것(What Matters)이라는 ‘4M 건강법’을 제시한다. 결국 노화의 속도를 늦추는 핵심은 “내재역량”을 지속적으로 채워가는 일이다.   내재역량의 주요 요소는 이동 능력, 인지 기능, 정신적 행복감, 감각 기능, 활력, 사회적·물리적 환경 등이다. 이 중 어느 하나라도 무너지면 전체 기능이 크게 흔들린다.    그래서 젊을 때부터 신체활동, 절제된 식사, 마음챙김, 스트레스 관리, 회복 수면, 영적 건강을 습관화해야 한다. 그래야 70대 이후에도 근육과 일상 능력을 유지하며 독립적인 삶을 지속할 수 있다.    이것이 곧 ‘성공적 노화’이자 ‘노쇠 예방’의 길이다. 그러나 여기에서 반드시 던져야 할 질문이 있다. “나에게 진정으로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당장은 편하지만 장기적으로 후회할 삶과, 당장은 불편하지만 장기적으로 더 평온한 삶. 그 두 길 중 후자를 선택하는 순간 비로소 성숙이 시작된다.    삶의 우선순위를 재정립하고, 나이 듦의 의미를 새롭게 조망하는 과정이 필요한 이유다. 우리는 흔히 물질적 기준으로 인생을 설계해왔다.    몇 살에 집을 사고, 언제까지 돈을 모으며, 몇 살에 은퇴할지를 계산한다. 그러나 평균수명이 100년을 넘어선 시대에는 더 이상 이러한 계획만으로는 삶을 지탱할 수 없다.    완전한 은퇴도 어려워졌고, 타인에게 전적으로 의존하는 삶도 지속 가능하지 않다. 결국 삶의 역량을 유연하게 관리하는 지혜가 필요하다.더욱이 한국 사회는 이미 ‘축소 사회’로 접어들었다. 출생아 수는 급감하고 사망자는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인구는 12만 명 이상 줄었다. 작은 도시 하나가 통째로 사라진 셈이다.    2020년 이후 인구 감소 폭은 매년 두 배씩 커지고 있으며, 이는 성장·복지·국방 등 모든 영역에서 경고음을 보내고 있다. 그럴수록 다시 ‘포란의 마음’을 되새겨야 한다.   서로를 품고, 작은 생명을 품고, 자신의 삶마저 따뜻하게 감싸 안는 일. 포란은 단순한 생물학적 행동이 아니라 삶을 지속하게 하는 마음의 온도다.    누군가를, 무언가를, 그리고 나 자신을 진심으로 품을 때 비로소 우리는 느리지만 단단하게, 그리고 아름답게 나이 들어갈 수 있다.
최종편집: 2026-04-20 22:21: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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