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과 인간이 함께 숨 쉬는 달시월은 고대 이래 신과 인간이 교감하던 가장 풍성한 달이다. 육당 최남선은 『조선상식문답』에서 “상달은 10월을 말하며, 일년 농사가 끝나 하늘과 조상께 감사하는 으뜸가는 달”이라 했다. 음력 10월을 ‘시월상달’이라 한 것도 이 때문이다.한 해의 수확을 마무리하고 겨울을 준비하는 이 시기, 우리 선조들은 감사와 안식의 예를 다하며 삶의 조화를 되새겼다.제천의식과 시향의 전통옛부터 우리 민족은 시월 초순에 제천의식을 올리고, 이어 각 문중은 시조 묘소에 모여 시제(時祭)를 지냈다. 사대부 가문의 수신·제가·치국의 정신이 녹아 있는 풍속이었다.수확의 기쁨을 나누며 친족과 이웃이 어우러지는 시향(時享)은 공동체 결속의 상징이었다. 이는 단순한 제사가 아니라, 한 집안과 사회를 잇는 윤리적 끈이었다.동서양이 함께 나눈 ‘가을의 감사’“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독일 시인 릴케의 시 「가을날」처럼, 상달은 풍요의 완성을 노래하는 시기다. 양력 11월 무렵인 이 시기는 서양의 추수감사절과도 통한다.신앙의 형태는 달라도, 수확에 감사하고 생명의 순환을 찬미하는 마음은 인류가 함께 지닌 보편적 감정이었다.전통과 현대의 공존을 위하여오늘날 세계 각지의 카니발과 맥주축제, 연극제 등은 모두 지역의 문화 정체성을 드러내는 현대적 축제다. 우리의 민속명절과 시향 역시 그 뿌리를 잃지 않되, 시대와 함께 새롭게 살아나야 한다.명절은 단순한 휴식이 아닌 ‘문화적 약속’이다. 정보화시대를 사는 현대인이 고향으로 향하는 풍경은, 연어가 본향으로 돌아가는 장관처럼 아름답다.가족과 공동체, 그 따뜻한 회귀급격한 도시화와 개인주의 속에서 명절의 의미는 점차 희미해지고 있다. 황금연휴를 해외에서 보내는 인파 속에, 혹여 남겨진 가족애가 있지는 않은지 돌아볼 일이다.명절 차례와 시제는 단순한 의례가 아니다. 조상과 후손, 과거와 현재, 전통과 현대가 교감하는 시간이다. 그것은 곧 ‘우리’라는 이름으로 이어온 공동체의 영혼이다.풍요로운 마음의 상달이 되길추석과 상달의 시향은 하늘에 감사드리는 의식이자, 인간이 스스로의 뿌리를 확인하는 행위다. 신과 인간이 함께 즐기며 겨울을 맞이하던 옛 어르신들의 여유와 감사의 마음이 그립다.이 시월, 우리 모두의 마음이 다시금 넉넉해지고, 잊혀 가는 전통의 향기가 일상 속에 되살아나기를 소망한다.
최종편집: 2026-04-21 01:3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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