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중환 논설위원 칼럼】아름답게 늙어간다는 것김중환 본지 논설위원 ㅣ 인생금융전문가
윤석구 시인은 「늙어가는 길」에서 이렇게 노래한다. “처음 늙어가는 이 길은 너무나 어렵습니다. …발자국 뒤에 새겨지는 뒷모습만은 노을처럼 아름답기를 소망하면서 황혼 길을 천천히 걸어갑니다.”누구나 처음 걷는 길, 그것이 바로 노년의 길이다. 그러나 이 길은 단순히 나이의 축적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젊을 때부터 어떤 태도로 삶을 살아왔는가, 어떤 준비를 해왔는가에 따라 노년의 질과 품격은 크게 달라진다.서울대학교 정희원 교수는 건강한 노화를 위해 ‘4M 도메인’을 강조한다.
첫째는 이동성(Mobility), 몸을 자유롭게 움직일 수 있는 힘이다. 이는 단순한 체력 유지가 아니라 독립적인 생활을 가능하게 하는 핵심 조건이다.
둘째는 마음 건강(Mentation), 우울과 불안을 다스리는 내적 안정이다. 이는 노년의 삶을 지탱하는 정신적 기둥이다.
셋째는 건강과 질병(Medical issues), 만성질환을 현명하게 관리하는 지혜다. 병과 함께 사는 법을 아는 것이 곧 장수의 비결이다.
넷째는 삶의 의미(What Matters), 나에게 정말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에 대한 자각이다. 의미 없는 삶은 어떤 건강도 오래 지탱하기 어렵다.이 네 가지가 조화를 이룰 때 비로소 ‘내재역량(內在力量)’이 된다. 그러나 하나라도 무너지면 삶 전체가 흔들리고, 균형이 깨진다.오늘날 여기에 한 가지가 더 필요하다. 바로 일과 역량의 포트폴리오다. 나이가 들어도 몰입할 수 있는 일을 찾는 것은 단순한 경제적 수단을 넘어 삶의 활력을 불어넣는 원천이다.
일은 곧 수입원이자 즐거움이 되어야 한다. 만약 일이 즐거움과 분리된다면 직장은 곧 스트레스의 근원이 되고, 이는 건강과 정신을 갉아먹는다.
반대로 잘하는 일, 의미 있는 일이 즐거움으로 이어질 때 노년은 한층 더 풍요로워진다.그렇다면 지속 가능한 노년을 위해 무엇이 필요할까? 답은 의외로 단순하다. 바로 일상의 기본 습관이다. 규칙적인 식사와 수면, 꾸준한 운동, 그리고 마음 챙김은 노년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확실한 기초다.
여기에 몰입과 성취감을 안겨주는 일이 더해진다면 나이는 더 이상 한계가 아니라 새로운 가능성의 숫자가 된다.인생의 후반전은 전반전보다 더욱 깊어질 수 있다. 한소원 교수는 “나이 듦은 안정이 아니라 변화의 추구여야 한다”고 말했다.
안정만을 고집하는 순간 삶은 정체되지만, 변화를 향한 도전은 오히려 현재에 대한 몰입을 불러온다. 그 집중은 새로운 배움과 관계, 그리고 더 좋은 현재를 만들어낸다.누군가 “어떤 인생을 원하느냐”고 물으면 많은 이들이 ‘행복’, ‘사랑’, ‘의미’를 꼽는다. 그러나 그것은 외부에서 주어지는 것이 아니다.
허무한 성공이나 남들의 기준을 좇는 삶이 아니라, 매일 걸어가는 그 길 자체를 즐기는 태도에서 비롯된다. 노년은 결국 태도의 문제다.때로는 옆길을 기웃거리며, 때로는 잠시 멈추어 서서도 아름답게 걸어가는 것. 그것이야말로 노년을 준비하는 가장 지혜로운 방식일 것이다.
삶의 뒷모습이 노을처럼 붉고 따뜻하게 물드는 것, 그것이야말로 우리 모두가 꿈꾸는 아름다운 늙음이 아닐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