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석제 박사의 漢字로 풀어가는 문화 상식_제1회]字(자)와 號(호) 金錫濟 박사_본지 논설위원 l 철학박사   전통 사회에서 이름은 단순한 호칭이 아니라, 개인의 정체성과 사회적 위상을 드러내는 중요한 요소였다. 아이가 태어나면 집안의 어른이 항렬(行列)을 감안하여 이름을 지었고, 이를 후손은 일생 동안 소중히 여겼다.‘字(자)’는 집을 뜻하는 宀(면)과 아이를 뜻하는 子(자)로 이루어졌다. 여기서 宀은 종묘를, 子는 왕가의 갓난아이를 의미한다. 즉, 태어난 아이가 왕업을 더욱 굳건히 이어갈 존재임을 조상신께 알리는 의식을 반영한 글자라는 설이 전한다. ‘號(호)’는 号(호: 외치는 소리)와 虎(호: 범)가 결합한 글자로, 크게 부른다는 뜻을 지닌다. 본래 이름이나 자(字) 대신 부담 없이 부르기 위해 붙인 호칭으로, 스스로 짓기도 하고 타인이 지어주기도 했다. 이름과 자(字)의 관계우리 조상들은 존명사상(尊名思想)에 따라 남의 이름을 함부로 부르기를 꺼렸다. 성현의 이름을 직접 부르지 않으려 하면서, 성인례인 관례(冠禮) 때 덕목을 담은 자(字)를 부여하는 풍습이 정착했다.字를 짓는 유형은 크게 네 가지로 나뉜다.① 자이의동(字異意同) : 이름과 글자는 다르나 뜻은 같은 경우② 용동자(用同字) : 이름과 같은 글자를 쓰는 경우③ 의미 확충(意味擴充) : 이름의 뜻을 넓히는 경우④ 결함 보완(缺陷補完) : 이름의 부족한 의미를 보완하는 경우字는 본래 이름을 보충·해석한 것이므로, 실명과 의미적 관련성이 있는 경우가 많다. 또한 형제 서열을 표시하는 伯·仲·叔·季(백중숙계_‘백(伯)은 맏이, 중(仲)은 둘째, 숙(叔)은 셋째, 계(季)는 막내’라는 뜻으로, 사형제(四兄弟)의 차례(次例)를 이르는 말)를 덧붙이는 예도 흔히 볼 수 있다. 號(호)의 탄생 배경시대가 흐르면서 자(字)조차 함부로 부르는 것이 불경스럽게 여겨졌다. 이에 보다 편안하게 쓰일 수 있는 호(號)가 등장하였다.號는 주로 다음 네 가지 원리에 따라 지어졌다.① 소처이호(所處以號) : 거처나 연고지에서 따옴② 소지이호(所志以號) : 뜻과 지향을 담음③ 소우이호(所遇以號) : 특별한 사건이나 인연에서 따옴④ 소축이호(所蓄以號) : 품은 학문·덕성에 근거함상촌(桑村) 김자수(金自粹) 현조(顯朝)의 예경주김씨 상촌공파의 파조 상촌 김자수(1351~1413) 현조의 자(字)는 순중(純仲)이었다. 이는 ‘자이의동(字異意同)’의 예에 해당한다. 목은(牧隱) 이색(李穡) 선생은 이를 풀이하며, “이름이 ‘自粹’이므로 자를 ‘純仲’이라 하였다. ‘剛健中正(강건중정)함이 純粹精一(순수정일)한 것은 하늘의 이기 때문이다”라고 기록하였다. 純(순)과 粹(수)는 모두 잡됨 없이 맑고 정순함을 뜻하니, 명(名)과 자(字)가 글자는 다르되 의미는 동일하다. 또한 ‘仲’을 쓴 것에서 둘째 아들임을 알 수 있다. 김자수 현조(顯朝)는 정몽주 피살을 목도하고 두문동에 칩거하다가 고향 안동으로 내려가 남문 밖 桑村(상촌)에 은거하였다고 전한다. 이때의 아호(雅號) ‘상촌’은 거처에서 따온 호칭으로, 곧 소처이호의 전형이라 할 수 있다. 이름의 유산“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는 말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후손은 조상의 이름을 통해 그들을 기억하고 추모한다.    성(姓)은 타고나는 것이며, 명(名)은 어른이 지어주는 실명, 자(字)는 관례에서 주어지는 훈계성 의미의 이름, 호(號)는 보다 자유롭게 불린 별칭이었다. 관직명은 생전에 이룬 성취를 상징하였다.이렇듯 名(명), 字(자), 號(호), 官職(관직)은 한 인물이 세상에 남긴 흔적이자 후손이 기억하는 정신적 유산이다.    상촌 김자수 선생의 이름과 자, 호에 담긴 의미는 곧 우리 종중의 뿌리이자 정신적 자산으로 오늘에 되살아난다.
최종편집: 2026-04-20 20:2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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