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문집 속 한시 해설 제3회』 스승의 마음, 제자에게 건네는 삶의 길잡이
勿貪浮利莫憂貧(물탐부리막우빈)
但守家風是本根(단수가풍시본근)天地有心知汝志(천지유심지여지)好將忠信答乾坤(호장충신답건곤)(『상촌문집』 「증제자시」 중)원문 번역
헛된 이익을 탐하지 말고, 가난하다고 걱정하지 마라. 가문의 바른 풍속을 지키는 것이 바로 삶의 뿌리다. 하늘과 땅에도 뜻이 있으니, 네 마음을 알고 있을 것이다. 오직 충성과 믿음으로 하늘과 땅에 응답하라.
작품 해설
이 시는 상촌 김자수 선생이 제자에게 주는 훈계시(訓戒詩)이자 인생과 수양의 원칙을 전하는 유학자의 가르침이다. 무엇보다 눈에 띄는 것은 부(富)나 영예(榮)가 아닌, 가풍(家風)과 충신(忠信)을 강조한 대목이다.
첫 구절 “물탐부리 막우빈(勿貪浮利 莫憂貧)”은 세속적 이익과 물질적 결핍에 흔들리지 말라는 교훈이다. 이는 단순한 청빈론이 아니다. 선비로서 진정한 가치는 부가 아닌 절제, 권력이 아닌 덕목에서 비롯된다는 철학을 담고 있다.
둘째 구절 “단수가풍 시본근(但守家風 是本根)”은 가풍이야말로 인생의 뿌리라는 뜻이다. ‘가풍(家風)’은 단지 가문을 유지하는 전통이 아니라, 인격과 도덕을 잇는 정신적 유산을 의미한다. 상촌공은 자손이나 제자가 학문을 이어가는 것 이상으로, 가문이 지켜온 도리와 품격을 유지할 것을 당부한다.
세 번째 구절과 네 번째 구절은 고도의 유학적 시선이 담겨 있다. 하늘과 땅에도 뜻이 있으며, 사람의 마음과 뜻을 알아준다는 성리학적 자연관을 바탕으로, 제자가 스스로를 낮추되, 우주 앞에서 떳떳하게 살아갈 것을 권면한다.
마지막 구절 “충신(忠信)”은 상촌공이 일생토록 지켜온 가치의 핵심이다. 나라에 충성하고, 사람 사이에 신의를 지키며, 무엇보다 자신에게 부끄럽지 않게 사는 것—이것이 바로 제자에게 준 삶의 길잡이였다.
오늘날의 의미
이 짧은 네 구절 속에는 스승의 애정, 시대를 넘어선 도덕적 기준, 그리고 교육의 본질이 응축되어 있다. 이익보다 바름을, 불안보다 원칙을, 속도보다 품격을 지키라는 가르침은 오늘날에도 유효한 삶의 나침반이다.
특히 ‘가풍을 지켜라’는 메시지는, 현대 사회에서 가정과 공동체가 흔들리는 지금 더욱 절실하다. 말보다는 모범으로, 가르침보다는 살아낸 모습으로, 스승 상촌공은 제자에게 인생을 전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