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촌문집 속 한시 해설 제2회』
〈歸田錄〉 중 시문 – “벼슬을 버리고 흙을 밟다”歸來歸來田舍中(귀래귀래전사중)不踏紅塵踏土蹤(불답홍진답토종)花鳥自娛春滿眼(화조자오춘만안)不知身世是誰容(부지신세시수용)(『상촌문집』 「귀전록」 중)원문 번역돌아오라, 돌아오라, 시골집으로 돌아오라. 붉은 티끌(속세)의 길을 밟지 말고, 흙의 자취를 따라 걷게나. 꽃과 새가 스스로 즐거움을 주고, 봄빛이 가득한 세상이 펼쳐지니, 내가 누구였는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불렀는지는 이제 중요하지 않구나.
작품 해설이 시는 상촌 김자수 선생이 벼슬에서 물러나 고향으로 돌아와 자연 속 삶을 찬미하며 지은 시입니다. 『귀전록(歸田錄)』은 말 그대로 “밭으로 돌아가 삶을 기록한 글”이라는 뜻으로, 상촌공의 은거 사상을 가장 뚜렷이 보여주는 문집입니다.
첫 구절“귀래귀래 전사중(歸來歸來 田舍中)”은 반복을 통해 간절한 귀향의 바람과 결단을 나타냅니다. 여기서 `전사(田舍)`는 단순한 농촌이 아니라, 자연과 도(道)가 회복되는 장소, 즉 선비의 마음이 편히 쉬는 공간입니다.
이어지는 “불답홍진 답토종(不踏紅塵 踏土蹤)”은 속세의 명예와 권력, 궁정의 분주함을 ‘붉은 먼지(紅塵)’로 비유한 것으로, 상촌공이 관직의 부침보다 흙의 냄새, 들판의 발자국을 따르겠다는 선택을 상징적으로 드러냅니다.
세 번째 구절은 은거의 낭만을 노래합니다. “화조자오 춘만안(花鳥自娛 春滿眼)”—꽃과 새가 따로 놀아주는 것도 없건만, 자연은 스스로 기쁨을 준다는 말입니다. 이는 바로 자연 그 자체를 도(道)의 스승으로 삼는 유학자의 시선입니다.
마지막 구절은 매우 인상 깊습니다. “내가 누구인지, 세상이 나를 어떻게 기억하는지, 이제는 중요하지 않다.” 이 대목은 벼슬과 명예를 내려놓고 ‘자아의 본질’로 돌아간 선비의 경지를 보여줍니다. 무욕(無慾), 무위(無爲), 무명(無名)의 세계입니다.
오늘날의 의미이 시는 단지 퇴직 후의 소회를 담은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자연 속에서 진정한 자아를 회복하려는 철학적 선언이며, 속세의 명예와 경쟁에서 벗어나 무욕의 삶을 선택한 고결한 선언문입니다.
오늘날 우리는 늘 연결되고, 경쟁하며, 무엇이 되어야만 하는 세상을 살아갑니다. 그러나 이 시는 우리에게 묻습니다. “당신이 누구였는지가 아니라, 지금 무엇을 따르고 있는가?”
상촌 김자수는 속세를 떠났지만 세상을 떠난 것이 아닙니다. 자연 속에서 스스로를 갈고 닦으며, 더 깊은 도(道)의 실현을 향해 나아갔던 선비, 그의 은거는 회피가 아니라, 내면의 완성과 유산을 위한 선택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