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동시 일직면 조탑리 73번지에 있는 타양서원(陁陽書院) ⓒ 대경일보생애와 사상 제3회
제자에게 주는 마음의 유산 –〈증제자시〉속 사표(師表)의 미학한 시대를 비추는 인물은 말로만 가르치지 않는다. 그의 삶과 시선, 그리고 침묵까지도 후학에게 스승의 도를 전한다. 상촌공 김자수(金自粹, 1351~1413) 선생은 은거 속에서도 배움을 구하는 제자들에게 마음의 유산을 시로 전한 스승이었다.그 정신은 바로 한 편의 시, 〈증제자시(贈弟子詩)〉 – 제자에게 주는 시 속에 오롯이 담겨 있다.벼슬이 아닌 학덕으로 이끄는 길
상촌공은 관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학문과 인격의 중심을 잃지 않았다. 그는 제자들에게 벼슬길이나 세속의 성공을 말하지 않았다. 대신, 마음을 지키는 법, 절조를 세우는 길, 그리고 사람됨의 도리를 먼저 가르쳤다.〈증제자시〉는 바로 그런 가르침의 집약이다. 화려한 문장이나 세속적 권면은 없다. 오직, 삶의 바른 방향을 일깨우는 담백한 조언이 있을 뿐이다.시 속에 담긴 사표의 품격
〈증제자시〉에는 다음과 같은 대목이 전한다:書香門第守初心, 不貪權位不趨金.책 향기 그윽한 문중의 자손이라면,처음 마음을 지키되 권세를 탐하지 말며,재물을 좇지 말라.이 짧은 구절 속에 선비로서의 도리, 사람으로서의 기상, 그리고 스승의 간절한 바람이 응축되어 있다.그는 제자에게 높은 경지를 바라지 않았다. 다만, 사람이 되어야 할 올곧은 길에서 흔들리지 않기를 바랐다. 그것이 곧 상촌공 자신이 실천한 삶의 방식이기도 하다.무언의 가르침, ‘살아 있는 스승’의 위엄
상촌공은 그리 많은 글을 남기지 않았다. 그러나 그가 남긴 몇 편의 시와 문장, 그리고 무엇보다도 그의 침묵과 선택이 더 큰 교과서가 되었다.
벼슬을 사양한 절개, 자연에 묻혀 학문에 정진한 자세, 그리고 후학을 향한 따뜻한 눈길. 그 모든 것이 사표(師表)의 전범이다.〈증제자시〉는 스승이 제자에게 보내는 지적 유산이자 인격적 유산이다. 이 시는 지금 우리에게도 묻는다. “당신은 누구에게 무엇을 물려줄 것인가?”오늘, 우리가 물려받을 유산은 무엇인가
지식과 기술이 넘치는 시대지만, 진정한 스승의 정신은 점점 희미해지고 있다. 상촌공이 제자에게 전하고자 했던 것은 지식이 아닌 인격이며, 출세가 아닌 도리였다.이제 그 유산은 글로 전해지는 것이 아니라 우리 삶 속에서 실천되어야 할 미덕으로 남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