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경주김씨 상촌공파종중이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종중 이사회는 지난 4월 13일 경기도 광주시 신현동·능평동 일원 약 35만 평(1,157,024㎡)에 달하는 종중 소유 토지의 매각을 의결했다. 이어 4월 23일에는 ㈜케이앤씨홀딩스와 총 3,500억 원 규모의 매매계약을 체결하며, 사안은 결정적 전환점을 맞았다.    이번 계약은 오는 5월 9일로 예정된 임시총회의 추인을 받지 못할 경우 효력을 상실하는 조건부 계약이다. 종중의 향방을 좌우할 중대한 결정의 시간이 이제 목전에 이르렀다.이번 대규모 종재(宗財) 매각 추진의 배경에는 결코 외면할 수 없는 재정적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그동안 우리 종중은 연간 수익이 약 3억 원 수준에 머무른 반면, 6억 원 이상의 세금을 포함한 고정 유지비용은 10억 원을 웃돌아 만성적인 재정 적자가 지속되어 왔다.이에 따라 부족한 재원을 충당하기 위한 토지 분할 매각이 반복되어 왔으며, 이러한 구조적 취약성이 지속될 경우 종중 재산의 점진적 소멸은 피하기 어려운 수순이라 할 수밖에 없다.이와 같은 현실을 감안할 때, 이번 매매계약은 종중 재정의 건전성을 획기적으로 개선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수 있다.    공시지가 기준 약 440억 원 수준의 토지를 3,500억 원에 매각하는 조건은 객관적으로 보더라도 종중에 상당히 유리한 여건으로 평가된다.더욱이 매수자가 토지 내 분묘 처리에 따른 비용과 책임을 전적으로 부담하기로 한 점은 종중이 오랜 기간 안고 있던 부담을 덜어주는 의미 있는 대목이다.나아가 매각 대금을 바탕으로 안정적인 임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우량 자산에 재투자하여 자산 구조를 재편한다면, 종중의 지속 가능한 재정 기반을 확립하는 데 긍정적인 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이다.그러나 조건이 아무리 유리하다 하더라도, 그 추진 과정과 향후 계획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를 결코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현재 가장 크게 제기되는 쟁점은 3,500억 원에 이르는 막대한 매각 대금에 대한 투명하고 구체적인 집행 계획이 충분히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다.자산 구조 전환이라는 명분은 타당하다. 그러나 이처럼 거대한 자금을 누가, 어떤 통제와 검증 절차를 거쳐,    어떠한 원칙 아래 관리하고 운용할 것인지에 대한 정교한 청사진이 제시되지 않는다면, 종인들의 불안과 불신은 커질 수밖에 없다.아울러 절차의 적정성에 대한 이견 또한 존재한다. 비록 정관상 부동산 처분이 이사회 의결 사항에 해당한다 하더라도, 이번 사안은 종중 자산의 근간을 이루는 조상 대대의 토지를 처분하는 중대한 결정이다.   그럼에도 종재의 ‘보존’과 ‘매각’이라는 갈림길에서 종중원들의 폭넓은 의견을 사전에 수렴하는 공론화 과정이 충분했는지에 대해서는 아쉬움이 남는다.더욱이 이사회 의결 이후 불과 열흘 만에 계약이 체결되고 사후적으로 총회 추인을 받는 방식은 자칫 절차적 정당성에 대한 논란을 자초할 수 있다.    이러한 추진 방식은 ‘졸속’ 혹은 ‘일방적 통보’라는 비판에 직면할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이제 판단의 공은 오는 5월 9일 열리는 임시총회로 넘어갔다. 이번 총회는 단순한 찬반 대립의 장이 아니라, 종중의 미래를 좌우할 숙의의 장이 되어야 한다.집행부는 매매계약의 타당성을 설명하는 데 그칠 것이 아니라, 매각 대금 운용에 대한 투명하고 구체적인 마스터플랜을 선제적으로 제시함으로써 종중원들의 신뢰를 확보해야 할 것이다.아울러 종중원들 역시 이번 사안을 감정적 대립이나 단순한 찬반 구도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만성적인 재정 적자를 타개하기 위한 현실적 대안인지,    아니면 충분한 숙의 없이 추진되는 성급한 자산 처분인지에 대해 냉정하고 객관적인 판단이 요구된다.현상 유지에 따른 재정 고갈을 감수할 것인가, 아니면 매각을 통해 새로운 수익 구조로 도약할 것인가.    상촌공파 종중의 백년대계를 좌우할 이번 선택의 기로에서, 집행부의 투명한 소통과 모든 종중원의 성숙한 이성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고 있다.
최종편집: 2026-06-15 20:47: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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