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주김씨 상촌공파종중(회장 김기학)을 상대로 제기된 이사 직무대행자 보수 청구 소송에서 법원이 원고의 청구를 전부 기각하는 판결을 내리면서,
종중 운영의 법적 책임 구조와 절차적 정당성의 중요성이 다시금 주목받고 있다.
이번 판결은 단순한 금전 분쟁을 넘어 종중 운영의 제도적 기반과 지도부의 책임 의식을 되돌아보게 하는 계기로 평가된다.법원에서 이사직무대행자로 선임된 변호사 이병일 외 10인은 2025년 2월 11일 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에 종중을 상대로 총 4억 5천8백여만 원의 보수 지급을 청구하는 소송을 제기하였다.원고(이사직무대행자)들은 법원의 직무대행자 선임 가처분 결정 (성남지원 2021카합50269, 2022카합50190)에 따라
직무집행이 정지된 종중 이사를 대신하여 업무를 수행하였으며, 가처분 결정에서 정한 보수는 부가세를 포함하여 월 330만 원(1인)이었다고 주장하였다.또한 이들은 직무대행자로서 종중의 일상적인 운영 업무를 맡아 처리함으로써 종중이 2024년 3월 23일 임시총회에서 신임 회장을 선출하고,
2024년 5월 13일 이사를 선임하는 등 조직 정상화를 이루는 데 기여하였다고 밝혔다.
그러나 법원에 납부된 예납금이 소진된 이후에도 종중이 보수를 지급하지 않자, 원고들은 미지급 보수의 지급을 요구하게 되었으며 그에 따라 본 소송이 제기되었다.이에 대해 법원은 2026년 1월 14일 판결(수원지방법원 성남지원 2025가단8801)을 통해 다음과 같이 판결하였다.
“원고들의 피고에 대한 청구는 모두 이유 없으므로 이를 기각하며, 소송비용은 원고들이 부담한다.”법원은 원고들이 가처분 결정에 따라 직무를 수행한 사실은 인정하였으나 종중과의 계약관계에 기초한 업무 수행이 아니라,
이는 법원의 결정에 따른 공적 성격의 직무 수행임을 명확히 한 것이다.아울러 가처분 결정에서 보수 부담 주체를 종중으로 정하였다는 사정만으로 곧바로 종중이 직무대행자에게 직접 보수를 지급할 법적 의무를 부담한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하였다.즉, 직무대행자의 업무는 법원의 명령에 따라 이루어진 것이며, 종중과의 사적 계약에 근거한 것이 아니므로 보수 지급 의무를 종중에 직접 귀속시키기 어렵다는 취지다.이번 사건의 근본적 배경은 2018년 6월 23일 개최된 임시총회에서 김지환이 회장으로 선출된 이후 같은 해 8월과 12월경 15명의 이사를 선임한 데서 비롯되었다.이후 이사 선임의 적법성이 문제되었고, 2021년 제기된 직무집행정지 가처분 사건에서 법원은 이사들의 직무집행을 정지하는 결정을 내렸다.법원은 회장이 이사를 선임한 뒤 총회의 추인을 받거나, 사전에 총회로부터 권한 위임을 받았어야 함에도 그러한 절차가 존재하지 않았다고 보았다.
이에 따라 해당 이사 선임은 종중 정관에 반하여 효력이 없다고 판단하였다.이러한 결정에 따라 법원이 직무대행자를 선임하였고, 이후 보수 문제를 둘러싼 법적 다툼이 이어지게 된 것이다.현재 원고(이사직직무대행자) 측은 1심 판결에 불복하여 항소를 제기한 상태로, 항소심의 향방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특히 향후 직무대행자 보수 문제가 현실적인 재정 부담으로 이어질 경우, 그 책임이 누구에게 귀속되는지에 따라 구상권 문제로 확대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실제로 본 가처분을 신청한 채권자(직무대행자) 측 에서도 예납금 부담의 어려움을 호소하며, 무보수 직무대행자 선임을 희망하는 의견을 제출한 바 있으나 받아들여지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이번 사건은 종중 운영에 있어 절차적 정당성과 정관 준수의 중요성을 다시금 환기시킨다.종중 지도부의 의사결정은 단순한 내부 행정 행위가 아니라 공동체의 법적 안정성과 직결되는 공적 책임 행위다.회장과 집행부 임원은 전통을 계승하는 동시에 법적 질서를 존중하는 책임 있는 운영 자세를 갖추어야 한다.투철한 책임감과 제도에 대한 이해, 미래 비전을 공유하는 리더십이 결여될 경우 공동체는 불필요한 갈등과 재정적 부담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이번 판결은 결국 종중 운영이 전통과 법치의 조화를 기반으로 이루어져야 함을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