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족보의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를 향한 움직임이 단발성 논의를 넘어 본격적인 실행 단계에 들어섰다.
조사와 발표, 아카이브 구축으로 이어지는 체계적 접근은 족보를 개별 가문의 사적 기록이 아닌,
한국 사회가 오랜 세월 축적해 온 혈연과 사회 질서의 집단적 기억으로 재정립하려는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한국족보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 등재추진위원회(상임대표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는 지난 1월 15일 서울 중구 서울시의회 별관 대강당에서
「한국족보 유네스코 등재를 위한 한국의 옛족보 현황 2차 보고대회」를 열고, 한국 족보의 전승 현황과 역사적 가치를 공식적으로 공유했다.
이날 행사에는 전국 문중 관계자를 비롯해 학계·문화계·정책 관계자 등 200여 명이 참석해 한국 족보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확인했다.행사는 1부 공식행사와 2부 보고대회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개회 선언과 국민의례에 이어 상임대표 이주영 전 국회부의장이 인사말을 전했으며, 오세훈 서울특별시장, 황우여 전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 박형준 부산광역시장, 이헌승 국회의원이 영상 축사를 통해,
한국 족보 문화의 역사적 가치와 기록유산으로서의 가능성을 강조했다. 이는 족보가 특정 문중의 유산을 넘어 국가와 사회가 함께 보존하고 계승해야 할 공적 문화자산임을 재확인하는 자리로 평가된다.이어진 특별강연에서 정호성 집행위원장은 한국 족보가 수백 년에 걸쳐 지속적으로 편찬·보완된 연속 기록물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혈연 관계는 물론 혼인·관직·학맥·의례 질서까지 포괄적으로 담아낸 점에서 해외 족보 문화와 본질적으로 구별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특징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이 중시하는 ‘지속적 기록 생산’과 ‘사회적 공공성’의 요건과도 맞닿아 있다.2부 보고대회에서는 전국 28개 문중 대표가 차례로 족보의 전승 현황과 역사적 특징을 발표했다. 추진위원회는 앞서 전국 180여 문중을 대상으로 족보 실태 조사를 실시했으며, 이번 보고대회는 그 성과를 공식적으로 공개하는 자리였다. 발표 자료는 향후 한국 족보 종합 백서 발간과 통합 아카이브 구축을 위한 핵심 기초 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며,올해 말까지 추가적인 국민 보고대회를 열어 조사 결과를 순차적으로 공개하고, 이를 집대성한 한국 족보 종합 백서를 발간할 계획이다. 아울러 온·오프라인 데이터베이스와 아카이브를 구축해 국내 최초의 체계적인 ‘한국 족보 종합 기록물’을 남긴다는 방침이다. 또한 오는 7월 부산에서 열리는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 회의를 계기로 국제 학술대회와 홍보 행사를 통해 한국 족보 문화의 가치를 세계에 본격적으로 알릴 예정이다.한국 족보는 이제 한 가문의 기록을 넘어 공동체의 기억과 사회 질서를 증언하는 세계적 기록유산으로 나아가는 전환점에 서 있다.
그 축적과 공개, 공유의 과정은 한국 기록문화의 새로운 지평을 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