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중이 존립의 중대한 갈림길에 서 있다. 재정은 파산을 우려할 만큼 위태롭고, 종토 매각을 둘러싼 집행진의 대립은 찬반을 넘어 송사와 반목으로 치닫고 있다.    종중의 미래를 책임져야 할 이사회가 분열되고 회장의 지도력마저 도전받는 지금, 더 이상 서로의 잘못만을 탓하며 시간을 허비해서는 안 된다.    종토보다 먼저 지켜야 할 것은 종인들의 신뢰이며, 송사에서 이기는 것보다 더 중요한 일은 종중을 살리는 것이다. 종중이 오늘의 위기에 이른 책임을 외부에서만 찾을 수는 없다.    오랜 기간 누적된 재정 부담에 선제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안일함, 중대한 의사결정 과정에서 충분한 설명과 숙의를 거치지 못한 절차적 미숙함, 서로 다른 의견을 조정하고 공동의 결론으로 이끌지 못한 지도력의 한계가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집행부가 종인들에게 믿음을 주지 못하고, 이사회가 해법보다 갈등을 키웠다면 그 책임을 무겁게 받아들여야 한다. 그러나 책임을 묻는 목적은 누군가를 끌어내리거나 또 다른 편을 세우는 데 있지 않다.    잘못을 바로잡고 무너진 신뢰를 회복하여 종중을 정상적인 궤도로 되돌려 놓는 데 있어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승자와 패자를 가르는 정치가 아니라, 종중 전체를 살리는 책임의 정치다.종토 매각 또한 찬성과 반대라는 단순한 구도로 재단해서는 안 된다. 종토는 선조가 물려준 소중한 유산이므로 신중하게 보존해야 한다는 주장은 마땅히 존중받아야 한다.    동시에 지속되는 적자와 세금 부담을 해소하고 종중의 미래 재원을 마련하기 위해 불가피한 범위에서 자산을 재편해야 한다는 현실적 주장도 외면할 수 없다.핵심은 ‘매각하느냐, 하지 않느냐’에만 있지 않다. 왜 매각해야 하는지, 어느 범위까지 처분할 것인지, 가격과 계약 조건은 공정하고 안전한지, 매각대금을 어떻게 보존하고 운용할 것인지에 관한 종합적인 청사진이 먼저 제시돼야 한다.    이러한 원칙과 계획 없이 추진되는 매각은 새로운 분쟁의 씨앗이 될 수 있으며, 아무런 대안 없이 반대만 거듭하는 것 또한 종중의 재정 위기를 방치하는 무책임한 선택이 될 수 있다.이제 집행부는 모든 종인이 신뢰할 수 있는 ‘종중 재건 비상체제’를 마련해야 한다. 우선 찬반 양측과 각 지파 대표, 법률·회계·세무·부동산 전문가가 함께 참여하는 독립적인 비상대책위원회를 구성할 필요가 있다.    이 기구는 종중의 자산과 부채, 세금과 운영비, 소송 현황을 객관적으로 진단하고, 종토 매각의 필요성과 적정 범위, 계약의 안전성, 매각 이후의 자산운용계획을 원점에서 검증해야 한다.그 결과는 일부 임원만 공유할 것이 아니라 종인들에게 빠짐없이 공개해야 한다. 감정과 소문이 아니라 정확한 자료를 바탕으로 토론하고, 충분한 숙의와 적법한 절차를 거쳐 최종 결정을 내려야 한다.    투명성은 집행부에 불리한 정보를 감추지 않는 데서 시작되며, 신뢰는 결과를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결정에 이르는 전 과정을 정직하게 공개할 때 비로소 회복된다.회장과 이사들의 자세도 달라져야 한다. 회장의 지도력은 자신의 뜻을 관철하는 힘에서 나오는 것이 아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를 경청하고, 갈등의 한가운데에서 공정한 기준을 세우며, 필요할 때는 자신의 권한을 내려놓고 공동체의 결정을 따르는 데서 참된 지도력이 드러난다.    이사들 역시 찬반 진영의 대변인이 아니라 종중 전체의 선량한 관리자로서 판단해야 한다. 감정적 언행과 편 가르기를 멈추고, 모든 결정이 후손 앞에 부끄럽지 않은가를 먼저 물어야 한다.소송의 악순환도 끊어야 한다. 법적 판단이 반드시 필요한 사안은 엄정하게 가리되, 대화와 조정으로 해결할 수 있는 문제까지 법정으로 가져가서는 안 된다. 판결은 시비를 가릴 수 있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에 깊이 팬 불신과 앙금까지 치유해 주지는 못한다.    소송에서 승리하고도 종중을 잃는다면 그것은 누구의 승리도 아니다. 양측은 일정 기간 새로운 소송과 비방을 자제하고, 공신력 있는 중재기구 아래 조건 없는 대화에 나서는 결단을 내려야 한다.   매각이 불가피하다는 결론에 이른다면 매각대금은 결코 일상적인 운영비나 선심성 사업에 소진돼서는 안 된다. 원금을 영구 보존하는 것을 대원칙으로 삼고, 독립적인 자산운용위원회와 엄격한 내부통제제도를 통해 안정성과 공공성을 갖춘 자산으로 관리해야 한다.    그 운용수익으로 선영과 충효사를 보존하고, 각 지파의 발전과 장학·문화·숭조 사업을 지원하며, 후손을 위한 지속 가능한 기반을 마련해야 한다. 종토의 물리적 형태가 바뀌더라도 그 가치와 정신만큼은 더욱 굳건히 보존돼야 한다.상촌공께서 남긴 가장 위대한 유산은 넓은 토지만이 아니다. 불의와 타협하지 않은 절의, 명분 앞에서 자신을 낮춘 염치, 후손이 지켜야 할 올곧은 정신이야말로 우리 종중의 근본 자산이다.    그 숭고한 이름을 받드는 후손들이 재산을 둘러싸고 끝없이 다투며 공동체를 무너뜨린다면 선조 앞에 참으로 부끄러운 일이 아닐 수 없다. 지금의 위기는 분명 엄중하다. 그러나 위기가 곧 파국을 뜻하는 것은 아니다.    잘못을 인정할 용기, 기득권을 내려놓는 결단, 모든 과정을 투명하게 공개하는 책임, 서로 다른 의견을 끝까지 품어내는 지도력이 있다면 오늘의 시련은 종중을 새롭게 세우는 전환점이 될 수 있다.집행부는 신뢰를 회복할 마지막 기회라는 각오로 쇄신에 나서야 하며, 반대하는 이들 또한 비판을 넘어 실행 가능한 대안을 내놓아야 한다. 종인들은 어느 편이 이기는가가 아니라 어떤 선택이 종중과 후손을 살리는가를 냉정하게 판단해야 한다.종중의 미래는 어느 한 사람의 독단으로 열리지 않으며, 어느 한쪽의 승리로 완성되지도 않는다. 오늘 우리가 멈추어야 할 것은 매각을 둘러싼 논의가 아니라 불신과 증오의 악순환이다.    이제 대립과 송사를 넘어 책임과 숙의의 자리로 돌아가야 한다. 종토를 지키는 일보다 더 근본적인 책무는 종중을 지키는 일이며, 종중을 지키는 가장 확실한 길은 서로에 대한 신뢰를 다시 세우는 데 있다.오늘의 결단이 분열의 끝이 되고 재건의 시작이 되기를 바란다. 선조가 물려준 유산을 갈등의 불씨가 아니라 후손의 희망으로 바꾸고, 무너져가는 종중을 다시 반석 위에 세우는 일, 그것이 이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 모두에게 맡겨진 역사적 책무다.
최종편집: 2026-10-24 08:0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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